노래를 처음 들었을 당시의 기분과 냄새, 온도, 목소리까지 몽땅 불러 오는 노래들이 있다. 조소정의 노래도 그 중 하나인데 오늘 우연히 점심 먹다가 '우주가 기울어지는 순간'을 들었다. 어렴풋이 기억하기로는 '우주가 기울어지는 순간'을 한창 즐겨듣던 때는 두꺼운 스웨터에 머플러를 꽁꽁 싸맸던 아주 추웠던 겨울이었다. 그러고 혼자 동네 체육공원에서 캔맥주를 마셨으니 마음도 아주 추웠던 때였던 것 같고. 

기억해낸 것이 반가워 스트리밍 앱으로 간만에 찾아 들었는데 세상이 좋아져서인지 내가 틀지 않아도 조소정의 다른 노래를 틀어주더라. 지난 겨울의 어느날처럼 우연히 듣고 알게 된 노래 <못갖춘 마디>는 '우주가 기울어지는 순간'이 소개된 민트페이퍼 컴필레이션 앨범 <Bright #4> 보다도 먼저 나온 조소정의 첫 번째 싱글이다. '아마도 조소정이라는 뮤지션 인생에서 최고의 명곡은 '우주가 기울어지는 순간'이 아닐까'라고 감히 생각했는데 이 노래를 듣고 반성했다. 

'못 갖췄다고 음악이 아닌가 쉼표가 있다고 선율이 아닌가' 발끈하고 묻는 듯한 가사가 마음에 든다. '우주가 기울어지는 순간'과 비교했을 때 아주 밝고 희망적인 가사라 꼭 겨울 후에 봄을 듣는 느낌이랄까. 이제 오후에는 창 밖으로 등이 제법 따뜻해지는 햇볕이 비치는 걸 보니 봄도 머지 않은 듯 하다. 어떤 노래가 더 좋은 노래일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리듬과 다른 멜로디의 곡들이 자연스레 엎치락 뒤치락 흘러가는 플레이리스트처럼, 인생에도 그런 업 앤 다운이 있을 수 있겠다 하는 여유로운 마음이 드는 하루. 기회가 된다면 그녀의 공연을 가 보고 싶다. 이 봄을 여유롭게 즐겨야지. 


덧+1 아래는 '우주가 기울어지는 순간'에 대한 조소정의 인터뷰. 노래처럼 밝고 좋은 사람일 것 같다.

A. 우주가 기울어지는 순간은 책을 읽다가 어느 목동이야기를 읽고 쓰게 된 곡이에요! ‘소녀가 목동에 어깨에 기댈 때 마음이 휘청였다’는 글귀를 보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때마침 3월, 봄이 시작되는 순간이어서 말랑말랑한 마음을 표현하는데 계절의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요. 곡을 완성한 순간 막연히 스트링과 클라리넷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상상을 했어요. 평소에 워낙 현의 느낌을 좋아했는데, 작업하면서 상상했던 것을 실현해서 매우 기뻤습니다!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이라는 책이에요.

          

조소정 <못갖춘 마디>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바삐 살아가는 사람들

그 속엔 나도 있지 누가 만든 기준인 건지

그 곳에 나 닿지 못하면 실패란 이름 내게 주어지지

못 갖췄다고 음악이 아닌가

실패했다고 기회가 없는가

그 끝에 도착했을 때 완성돼 있는 걸

쉼표 있다고 선율이 아닌가

넘어졌다고 울고만 있는가

그 끝에 도착했을 때 완성돼 있는 걸

완성돼 있는 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바삐 살아가는 사람들

그 속엔 나도 있지 누가 만든 기준인 건지

그 곳에 나 닿지 못하면 실패란 이름 내게 주어지지

못 갖췄다고 음악이 아닌가

실패했다고 기회가 없는가

그 끝에 도착했을 때 완성돼 있는 걸

쉼표 있다고 선율이 아닌가

넘어졌다고 울고만 있는가

그 끝에 도착했을 때 완성돼 있는 걸

완성돼 있는 걸

못 갖췄다고 음악이 아닌가

실패했다고 기회가 없는가

그 끝에 도착했을 때 완성돼 있는 걸

쉼표 있다고 선율이 아닌가

넘어졌다고 울고만 있는가

그 끝에 도착했을 때 완성돼 있는 걸

완성돼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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