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용으로 여행 다녀온 것도 기록하기로 했다.*

지난 주말 남편과 1박2일로 인천에 다녀왔다. 남편과의 여행은 허니문 이후로 처음이라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인천에 가기로 했다.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가까운 거리지만, 남편이나 나나 제대로 인천을 돌아본 적도 없고 (내 경우 대학시절 밴드할 때 MT로, 그것도 무박으로 동인천에 잠깐 다녀온 게 고작이다) 우리는 차가 없으니 어딜 가든 여행이 될 거란 생각에 망설이지 않고 정했다.



여느 지하철이나 종착역에 가까워 질 수록 전세 낸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이 없어지는 것은 너무나 좋은 것. 
인천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어 인천역으로 가는 동안 갈 만한 곳을 찾아봤다. 우리가 차이나타운 - 자유공원 - 월미도 - 송도 센트럴시티 루트로 이동하기로 했다. 



인천역으로 나오자마자 보이는 차이나타운의 패루. 

부산에도 이런 패루를 봤던 것 같은데 인천 차이나타운의 패루는 훨씬 크다. 마음 먹고 관광단지로 조성하기라도 한 듯 동네가 깔끔했다. 주말인데도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내가 망원동 살면서 주말에 망리단길 안 가는 것과 비슷한 이유일 듯 하다. 패루 사이로 보이는 길로 올라가면 차이나 타운이 나온다.  




차이나 타운에는 각종 중국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여러 상점 사이 자리 잡은 한중원은 중국의 정원양식을 담아 만든 쉼터인데 쉼터 하나에도 세심하게 중국스러움을 담아놓은 게 마음에 들었다. 더 가다 보면 짜장면의 오리진, 공화춘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든 짜장면 박물관과 여러 장식용품 상점이 나온다.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골목에도 작은 패루나 중국식 건물들이 있다. 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에 벛꽃들이 너른했는데 최근 본 벛꽃 중에 가장 예뻤다. 오르는 길도 완만하고 가는 길에 '삼국지 벽화거리'와 연결되어 있어 두루 둘러보기 편하다. 벽화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송월동 동화마을'은 패스.




자유공원 위로 올라오면 그 유명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 근대식 공원인 자유공원은 1888년서부터 조성되었다고 하는데 그 때의 이 곳은 어땠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분명 몇배는 더 힙했을거다) 야트막한 산 위 공원에서 바다 수평선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바람이 부니 벚꽃잎이 정말 휘몰아칠 정도로 흩날렸는데 이전에 가본 여의도보다 백만배는 더 예쁘더라. 




공원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구한말 시대에 세워진 각종 건축물을 볼 수 있다. 건물들이 나지막해서 걷기만 해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동네다. 지금은 프리다 칼로의 액자나 장난감을 파는 가게도 아주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에 입점되어 있어 건물을 둘러 보는 재미가 있다. 남편과 이 곳을 지나가면서 구 일본은행 건물과 해안천주교 성당을 봤다.  




끼도 안 먹고 돌아다니다보니 배가 고팠다. 저녁은 남편이 검색해온 <매화>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수제 만두 전문점이라는 <매화>에서는 오향족발이나 양꼬치 닭꼬치도 파는데 차이나타운의 모든 '전문'음식점이 이렇게 다양한 음식을 서브하지 않을까 싶다. 저녁시간인데도 사람이 없어서 맛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것은 매우 기우였다는...




둘이서 소룡포, 새우딤섬, 군만두, 삼치만두, 양꼬치 2개, 카스1병 이렇게 시켰다. 엄청 많이 시킨 것 같았는데 입이 무섭다고 다 들어가더라. 먼저 나온 군만두와 꼬치들. 꼬치가 아주 별미니 꼭 시켜야 한다. 군만두에는 아주 얇은 튀김이 올려져 있는데 팬에서 구운 걸 바로 뒤집었나보다. 군만두 아랫부분은 바삭하고 윗부분은 물만두처럼 부드러운 '하이브리드 만두'라고 할 수 있는데 망원동 행운각 군만두와 비견할 정도로 맛있었다. 




샤오롱바오는 지난 해 대만 딘타이펑에서 먹은 맛을 아직 기억하고 있어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다. 남편은 삼치만두에서 삼치맛이 느껴진다 했는데 나는 미각이 둔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확실히 남편은 나보다 예민하다) 양꼬치 2개랑 닭꼬치 2개 추가적으로 시켜 먹었음. 다음 번에는 점심으로 <신승반점>에서 짜장면을 먹고 저녁에는 <매화>에서 술을 마셔봐야겠다. 




가는 길에 먹은 홍두병. 홍두병 원조라는 곳에서 줄 서서 샀다. 다른 홍두병 파는 가게가 민망할 정도로 여기저기 홍두병 달인이라고 붙여져 있어 관광객들이 못 찾아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가격은 하나에 2,000원이라 싸지는 않은 듯. 망고/크림치즈/팥/녹차/초콜릿 총 5개 종류가 있는데 하나라도 놓치면 아쉬울 것 같아서 다 샀다. 생각보다 빵 부분이 너무 많고 퍽퍽해서 대실망... 남은 홍두병은 호텔에 돌아와서 먹었는데 차가워지니까 비릿한 맛도 났다. 하지만 초콜렛 홍두병은 맛있게 먹었으니 다음 번에는 1개만 사서 뜨뜻할 때 먹도록 하자.

그나저나 진짜 사람 많은 곳에서 음식 사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 거 제일 싫어했는데 내가 차이나타운에서 홍두병을 사다니 나이가 드나보다...




배를 채우고는 월미도로 향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월미도 디스코팡팡 DJ를 알현하러 가는 순간! 
불친절한 택시 기사 때문에 도착 처음부터 좀 별로였지만 기왕 온 것 20대 초반 커플처럼 놀아보기로 했다. 멀리 돌아볼 필요는 없겠다 싶어 바로 앞에 있는 바이킹을 탔는데 오빠가 그렇게 소리지르는 거 처음 봤다. 예전에는 바이킹 특유의 '붕' 떨어지는 기분이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즐길만 한 것 같더라. 홍상수도 아마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그런 영화 제목을 만들었을 성싶다. 개그맨 정찬우 목소리와 비슷한 디스코팡팡 DJ 멘트에 사람들이 많이 웃던데 굳이 무례한 멘트 들으며 돈 주고 흉해질 필요 있나 싶어 디스코팡팡은 패스했다. 여느 테마파크가 그렇듯 월미도 테마파크에는 커플들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인지 놀이기구만큼 모텔도 많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은 아니였기에 바이킹만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숙소는 송도 센트럴파크호텔로 잡았다. (드디어 호텔스닷컴 10박에 1박 무료 서비스로 예약을 해봤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송도에서는 그다지 우리가 즐길 게 없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래도 여행이니 기분 낼 겸 하루 묵었다. 송도의 야경은 예쁘기는하나 그 불빛만큼 아파트 로고도 크게 보인다. 누군가 거주하고 있는 고급아파트에서 나오는 불빛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낀다니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누군가 야밤까지 일하느라 켜놓은 사무실 전등으로 밝게 빛나는 광화문을 지나갈 때의 느낌이랄까... --

  




호텔로 돌아와서는 남편과 맥주 한두캔하면서 <아틀란타> 시즌 2 7화 보다가 잠들었다. (시즌7화 너무 무섭던 것... 빨리 넷플릭스 떠라)




두시가 되서 느릿느릿 체크아웃하고 센트럴파크를 구경했다. 호텔 맞은 편에는 한옥마을이라는 이름판이 있었지만 몇 개의 고깃집, 한식당, 할리스 밖에 없다니 좀 의아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가 전통은 쏙 빼놓은 무늬만 한옥마을을 만들어 놓아 현재 인천경제청과 법적공방 중이란다. 공원 주변은 깔끔하게 조경해놔서 가족들끼리 산책하기 좋게 만들어놨다. 석촌호수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여기서 남편이 카약을 타보자고 해서 카약도 탔다. 




공원 옆쪽으로는 자연농원처럼 토끼로 있고 사슴도 있다. 물길을 피해 조카를 데리고 산책하기 좋을 것 같다. 우리 부부의 트레이드마크 '그럴슈'와 '그럴싁'도 데려가서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사진 찍는 걸 방해할 정도로 거름인지 비료인지 냄새가 너무 고약해서 몇 컷 못 찍었다.  




원래 일정으로는 센트럴파크를 보고 커넬워크에 가려고했는데 어쩌다보니 시간이 늦어져 동선이 꼬였다. 그래서 커넬워크는 포기하고 대신 팩토리 구경하러 현대아울렛에 갔다. 테크노파크 역으로 나가면 현대프리미엄아울렛과 트리플 스트릿 두 매장을 둘러볼 수 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현대 아울렛은 매번 좀 아쉬운 느낌. 세일 폭도 크지 않고 일단 입점해 있는 브랜드들이 영 시원찮은 느낌...  




딱 하나, 현대아울렛 푸드코트는 아주 칭찬한다. 어딜 가서 아무거나 시켜도 무난하게 맛있을 것 같음. '화양연화' 쌀국수랑 '미플레이트' 크림 파스타, 신포 닭강정을 주문했는데 게눈 감추듯이 맛있게 잘 먹었다. 




생각보다 아울렛에 오래 있어서 8시가 되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을 탔다. 피곤하긴 했지만 남편하고 첫 여행이라 즐거웠다. 가끔은 익숙한 것도 자세히 보려고 하면 재밌는 게 많다는 교훈이 뜬금없이 느껴져 생각보다 기분 좋게 여행을 마무리지었다. 다음 여행에도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재밌는 거 많이 봐야지.

(마지막 사진은 신포동의 한 술집의 간판. 남편에게 단단히 일러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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