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아버지 (光のお父さん)>를 봤다. 파이널 판타지 14가 이름에 들어가 소위 '개오타쿠'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봤다. '파이널 판타지14'를 즐겨하는 주인공이 전보다 서먹해진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아버지와 게임을 즐기며 아버지와의 시간을 갖는다는 게 주 내용이다. 빛의 아버지 (光のお父さん)는 실제 60세의 아버지와 "파이널 판타지 14"를 플레이하며 매일의 일상을 블로그에 게시해 유명해진 한 일본 유저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물론 드라마 제작화하면서 각본한 부분도 많겠지만 메인 플롯 자체가 캐감동... 우리집에는 딸만 셋이라 아빠가 심심해할 거 같다 싶어 아빠와 축구를 보기 위해 억지로 해외축구를 찾아 보던 때가 기억났다. 처음에는 아빠가 같이 경기도 안 봐줬는데 한 몇달 새벽을 포기하고 같이 보다보니 언제가부터는 "루니 선발?"하면 아빠가 무심히 고개를 끄덕여주곤 했다. 그때의 기억이 나서 아버지 히로타로가 게임을 배우고 게임 공간에서 다소 어수룩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에서 극히 개인적인 감동이 느껴졌다.



드라마 구성이나 캐릭터 면에서 따지고 보면 혹자의 평대로 아쉬운 점이 몇몇 보이기는 한다. 드라마 속의 인물들은 주인공을 포함해 다분히 '전형적인 일본인'으로 그려졌다. 주인공의 엄마는 플로럴 패턴의 앞치마를 두르고 총총 뛰어나와 퇴근하는 남편과 아들에게 "오카에리!"라고 말할 법한 정말 전형적인 일본 아주머니 스타일이고, 주인공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던 여자 직장 동료도 둔한 주인공에게 "정말 감이 둔하구나!" 라고 총총 돌아서 나가는 그런... 주인공의 직장생활에서도 그런 스테레오타입이 보이는데 예컨대 영업 사원인 주인공이 '샤바샤바' 접대를 못해서 깨지는 장면이라던가, 사무실 내에서 여성 직원에게 던지는 남자 직원들의 가벼운 성희롱 등은 약간은 보기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 에피소드가 그닥 길지 않고 워낙 파이널판타지 게임 공간에서의 '마이디'와 '인디'가 극을 끌고 가기 때문에 크게 신경쓸 만한 점은 아니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여느 가정에서도 연령을 불문하고 가장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빛의 아버지>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보는 사람이 이 비밀스러운 효행 작전에 동참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영화 ‘후아유’의 가족 버전인데 상대가 이나영보다는 몇배는 더 어려운 사람인거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특유의 ‘대놓고 직관적인 수미상관 스토리’를 좋아라하는데 어릴 적 아들의 운동화 끈을 묶어주기 위해 무릎을 꿇어주던 아버지가 이제는 게임 속에서 아들 캐릭터에게 무릎을 꿇는 장면이라던가, 어렸을 적 검도를 배우다 포기한 아들에게 '포기하지 말라'라는 가르침을 준 아버지가 고난이도의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는 장면은 뭉클했다. 이런 스케일 작은 소소한 감동이 좋다. 

드라마의 OST로는 실제 파이널판타지 14의 OST <the other end of the globe>가 쓰였는데 노래도 좋다. 일본어를 갓 배우기 시작해서 몇 단어 밖에 모르지만 그래도 들렸던 'もういいんだ、これでもいいんだ'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라는 가사는 드라마의 주제를 잘 표현하는 듯 하다. 이제는 아빠와 새벽 축구를 찾아보기는 힘들겠지만 아빠가 나를 위해 롤을 배우시는 건 글렀고 나이 먹고 아빠와 대포 한잔 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장기두는 법을 배워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 사진은 게임에 빠진 아빠가 게임 중독 되서 듀얼쇼크 가진 것처럼 빠진 장면. ㅋ 이런 게 너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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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넷플릭스 월정액 이용 중인 덕분에 우연히 <아틀란타>를 봤다. 기존에 호평을 받았던 <더 겟다운>이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넷플시리즈에 큰 기대는 안하고 봤는데 이 드라마 진짜 개 쩐다. 나만 알고 싶은 XX 시리즈가 유행이라지만 왜 좋은 걸 나만 알아? 심보 보소.

두둥 마약 캠페인 포스터에 나올 법한 이 시니컬한 표정의 3인이 본 드라마의 주인공들이시다


    
개인적으로 유명한 배우나 아이돌이 주인공인 드라마보다 캐릭터 그 자체가 사랑스러운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 <아틀란타>는 캐릭터 덕에 배우들에게 눈이 가는 아주 적절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프린스턴대 자퇴 후 고향인 애틀랜타로 돌아 와 어영부영 지내는 주인공 '언'은 요즘 애틀랜타 힙합씬의 떠오르는 랩퍼라는 사촌형 '페이퍼 보이Paper Boi'를 찾아간다. 먹고 살 방도를 틀 겸, '언'은 페이퍼 보이를 '아틀란타 힙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꽤 거창해보이는 줄거리지만 실상 내용은 짠내 그 자체. 자전적인 내용을 기반으로 작가가 각본을 써서 그런지 담고 있는 내용이 솔직하고 사소하다. 우리네 삶도 가까이 보면 느와르가 아닌 삶이 없어서인지 세 주인공을 보는 내내 귀엽고 짠했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부모 없이 개고생하면서 살아도 명품 가방은 잘만 들고 다니는 거 보면 좀 거부감이 드는데 말이지.



저 뒤에 소파에서 일광욕하면서 떨 빤다


    
작가가 캐릭터를 바라보는 시선도 참 따뜻하다. 왜, 술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한 친구를 보고 "아휴 저 병신새끼" 말은 해도 택시 태워서 '기사님 잘 부탁 드릴게요'하고 집에 보내는 그런 느낌과 비슷하달까. 항상 무덤덤한 표정의 '언', '떠어-그 라이프'를 지향하지만 총 맞을까 무서워 집으로 음식 테이크아웃 해먹는 랩퍼 '페이퍼 보이', 선지자인지 그냥 바보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다리우스' 이 세 인물들은 가히 박상면-정웅인-윤다훈의 '세친구'급 트리니티 포스 케미를 보여준다. 참고로 주인공 '언' 역을 분한 도널드 글로버 (사진의 가운데)가 이 드라마의 작가이자 연출자고 감독이기도 하다. 게다가 'Childish Gambino'라는 예명으로 뮤지션으로도 활동하는데 최근 'Get out' OST로 쓰인 'Redbone'으로 그래미 상도 받으셨다. 실로 뻨킹 지니어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등신, 다리우스. 멍하고 귀여운 이미지로는 모스뎁이 제일이었는데 <아틀란타>보고 키스 스탠필드로 바뀌었다. 


    
또 하나 <아틀란타>의 백미는 드라마의 OST인데 감독이 뮤지션이여서 그런가 한곡 한곡이 그냥 킬링 트랙이다. (도널드 글로버와 공동 감독을 맡은 히로 무라이Hiro Murai는 Childish Gambino 뮤직비디오의 연출가이기도 하다) 여자 싸비+사랑X돈 운운 <쇼미> 김치 힙합이 지겨워 한동안 멀리 했던 힙합이 이렇게 다시 좋아지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덧붙여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엔딩곡 선정 센스가 매우 탁월해 에피소드 한 편 끝나고 엔딩곡이 흐를 때면 나름의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Redbone'이야말로 이 드라마 테마곡으로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여러 좋은 노래들도 소개받는다는 생각으로 그저 감사. (OST는 꼭 구매하기로 하자) 


               

         

 
    모든 에피소드가 훌륭하지만 맛보기로 볼 만한 두 편을 소개하자면 "B.A.N." ('힙합방송국')과 "The Streisand Effect" ('스트라이샌드 효과') 요 두 편을 꼽겠다. 두 에피소드 모두 우리 백의민족에게는 생경한 흑인 문화가 짙게 묻어나는 에피소드인데 미국에서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자유의 나라라는 미국에서도 아직도 암묵적인 인종 차별이 존재한다는 게 보는 내내 신기했다. 열 받았는다고 총 뽑아드는 걸 보는 것도 신기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시즌1을 이렇게 빨리 해치울 줄 알았으면 아껴 볼걸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다가오는 3월에 시즌2가 시작된다니 완전 기대 기대 중. 고민하던 넷플릭스는 당분간 해지하지 않는 걸로.


(주의) 참고로 이 사람은 마성의 매력이 있습니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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