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든 베란다든 다이어리든 항상 뭔가를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가끔은 오늘처럼 이상한 결벽증이 생겨 뭔가 잘라내고 정리하려고 하는 게 문제다. 오늘은 괜히 가입했던 사이트나 카페를 찾아보고 하나 하나 탈퇴했다. 온갖 메신저 목록을 훑어 내려가며 석연찮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의식한다. 왠지 나 혼자 신경쓰는 게 손해 보는 기분이라 먼저 삭제하고는 하는데 이런 일렬의 과정을 다하고 나서는 괜한 공허함에 빠지곤 한다. 사실은 내가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친한 언니는 심리학적으로 내가 방어기제가 너무 심한 사람이라고 했다. 남한테 상처받기 전에 나름 주도적으로 내 선에서 정리하고 자존심 상할 일을 애초에 안 만들려 하는 그런 행위. 그런 건 다 이미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는데 개우고 개워내도 기분이 말끔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잘라내는 것을 정리라 착각하고 일부로 제몸에 
상처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감성 터지는 건 싱글일 때는 오히려 새벽에만 터졌는데 문득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생각나는게 아직도 멀었지 싶다. 그래도 버텨야지. 새롭고 예쁜 것들로만 꾸미는 것보다는 기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무인양품'도 그렇게 뜨지 않았나, 필요없는 것은 버리고 중요한 것들은 좀 비싸도 좋은 것으로 마련하는 것. 하나하나씩 켜켜히 묵여놓은 감정을 닦아내고 버티다 보면 언젠간 부는 바람에 휘청거림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리라 믿어야지. 그렇게 오늘 하루도 '존버' 해야한다. 존~나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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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오빠 시리즈 2.

TV를 보다가 오빠와 아이유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오빠가 "아이유는 거의 메시급
이지"라고 해서 "그럼 수지는?"이라고 물어 봤는데 오빠가 여러 연예인 각각의 스테이
터스를 축구선수와 비교해 알려 주었다. 왠지 이상하게 공감이 가서 저장해뒀었는데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진짜 오빠는 가끔 엄청 웃긴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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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매일 아침 통인동 커피공방에서 커피를 산다. 커피 맛이 썩 괜찮아서인지
    아침마다 사람이 줄을 설 정도인데 오늘은 카페의 한 직원분이 처음으
로 회원번
    호, 이름을 묻지 않고 적립을 해줬다. 광화문으로 사무실 이사 오고
세달 만의 일
    이다.
번호로나마 누군가에게 새로이 기억된다는 것은 얼마나 뿌듯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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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eph 2018.01.19 01:53 신고

    오랜만에 댓글을 남겼어서 그런가 제가 몰랐던 사실 하나를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비밀글에 고호님이 댓글을 달면 저는 고호님의 댓글을 읽을 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비밀번호를 대라 그런 것도 아니고 아예 권한이 없다고 나오네요. 충격...
    앞으론 그냥 공개댓글을 남겨야겠어요.

나의 사사로운 일상이나 생각에 대해서 써 본지가 까마득해 블로그에 대한 마지막 애정을 담아 노오력해서 글을 써 본다. 참 신기하고 재미난 일이다. 예전엔 하고 싶은 말도 참 많아 이것저것 적고 말하길 좋아했는데 요즘은 나 스스로도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지 잘 모르겠다. '생각 없이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큰언니의 명언이 사무치게 와 닿는 요즘이다.

근래 있었던 일 중 가장 쇼킹한 일은 내가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고작 브라질리언 왁싱이나 아이브로우 시술 정도 받은 듯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나조차도 상상해본 적 없는 일이 내 인생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리라. 어렸을 적에는 결혼식 끝나면 절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하루종일 술 마시는 그런 피로연을 하리라! 하는 로망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결혼을 준비하다보니 그런 '미쿡식'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는 기본적인 것만 준비했던 우리 결혼식도 겨우 준비했을 정도로 나란 사람이 게으르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이직한지 얼마되지 않아 시간적/감정적 여유를 가지지 못해서이며, 세번째는 생각보다 나의 인간관계가 그다지 넓지 않아 초대할 친구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마지막 이유에 대해서는 느낀 바가 많아 할 말이 많은데 확실히 경조사 후에는 인간관계가 정리된다라는 여러 사람들의 말에 공감하게 됐다. 나라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인간관계에 엄청나게 집착하고 있었던 사람이었음을 깨달았다. 그 반증으로 지난 내 블로그 글의 많은 글들이 인간관계로부터 오는 회의감과 관련된 것만 봐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상처 받기 싫은 방어기제로 '내 사람만 챙기면 돼!'라는 고고한 마인드를 유지하며 평생을 살아왔건만, 내가 내 사람이라 생각하던 사람에게 내가 '그' 또는 '그녀'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림에서 오는 상처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거다. 

결혼식 축의금 때문에 부르는 것도 아닌데 괜히 눈치보이고, 청첩장을 주기도 안 주기도 뭐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누구에게 청첩장을 주어야 하나 몇일을 고민하다가 '이름을 떠올렸을 때 머뭇거리게 되는 사람'은 제외하자 라는 기준으로 이름을 적었다. 다 적고 보니 고작 20명 내외의 사람들이 남더라. 사실 처음 몇일은 애매한 몇몇 사람들에게 모바일 청첩장을 돌리기도 했는데 카톡창에서 감도는 서로가 석연찮은 어색함을 견디기 어려워 그마저 관뒀다. 

개중에는 10년 넘게 벗으로 지낸 친구, 하루가 멀다하고 만난 술친구 등 꽤 친하다 생각했던 이들도 많았다. 함께 한 시간에 비해 보잘 것 없는 결말이지만 그이들은 알런지 모르겠다. 내가 그들과 관계를 끊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내 결혼을 축하해주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걸. 지난 몇년간 그 사람들이 내게 몇년간 안부 한 번 먼저 물어본 적 없었다는 걸 그저 내가 문득 깨달아서라는 걸. 뭐 어쩌랴, 내가 아쉬움을 느낀 것만큼 나도 모르게 나로하여금 서운함을 느낀 사람들이 왕왕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식 전후로 그렇게 나는 특정/불특정 이유로 관계를 끊었거나 끊겼다. 결혼식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축하해줬고 아쉬웠던 자리들은 감사함으로 메꿔지는 듯 하다. 행복해지려면 어쩌면 하루하루 즐겁고 재미난 것들로만 가득 채우려 하는 것보다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들과 멀어지고 불안하게 하는 것을 없애는 편이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 후의 일상은 더 소박해지고 조용해진 느낌이라 좋다. 누군가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것, 새로 구매한 청소기의 엄청난 흡입력에 감격하는 것, 어스름한 저녁에 켜진 스탠드 밑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도 소소하지만 편안한 일상의 행복이다. 사람들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게 결혼이라 말하곤 하니 나도 이참에 결혼을 핑계를 삼아 나 자신이 건강해지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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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08 16:24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kangdeutbo.com BlogIcon goho 2018.01.18 11:07 신고

      1. 감사합니다. 2. 역시 감사드립니다. 3. 나이가 들수록 맷집이 세지긴커녕 상처받고 싶지않아 발악하게 되는 듯 해요. 정신승리를 해서라도 말이죠. 돌아보면 많이 힘들었지만 맷집은 세진 기분이 듭니다. 4. 저도 우렁군 님 블로그 글 즐겨 봅니다. 꼭 좋은 글 계속 써주세요! 늦었지만 2018년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압!

  2. 2018.01.02 21:24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kangdeutbo.com BlogIcon goho 2018.01.18 11:15 신고

      감사감사감사! 저도 이런 큰 일이 이렇게 삽시간에 일어날 지 몰랐네요...역시 인생은 알 수가 없는 법이에요. (절레절레) 염려글을 남기긴 했지만 곧 괜찮아지실거라 믿어요. 되돌아보니 결혼식을 정말 제 행사가 아니더군요. 가족들만 아니면 섹스앤더시티 무비의 캐리처럼 시청에 가서 둘이 오붓하게 하고 싶어요. 꼭 스탭님은 스탭님만큼 멋진 결혼을 하시길 ㅎㅎㅎㅎㅎ (초대장 보내드릴 수 있게 메일 주소 알려주세요!)

얼마 전 인터넷에서 1박2일 PD라는 유호진 씨가 쓴 글을 읽고 적잖이 놀랐는데 일단 그의 글 솜씨가 너무 유려하다는 점에서 깜짝 놀랐고 (찾아보니 KBS 수석 입사했다고 하더군. 이런 감성이면 인정) 두 번째는 요즘 들어 내가 생각하고 염려하는 점들에 대해서 퍽 명쾌하게 정리해놨다는 점에서 놀랐다.

원문은 아래 참고.  


연애를 시작하면 한 여자의 취향과 지식, 그리고 많은 것이 함께 온다.

그녀가 좋아하는 식당과 먹어본 적 없는 이국적인 요리. 처음듣는 유럽의 어느 여가수나 선댄스의 영화. 그런걸 나는 알게된다. 그녀는 달리기 거리를 재 주는 새로 나온 앱이나 히키코모리 고교생에 관한 만화책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녀는 화분을 기를지도 모르고, 간단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 먹는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보았거나 혹은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의외로 송어를 낚는 법을 알고 있을수도 있다. 대학때 롯데리아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까닭에 프렌치후라이를 어떻게 튀기는지 알고 있을수도 있다,

그녀는 가족이 있다. 그녀의 직장에, 학교에는 내가 모르는 동료와 친구들이 있다. 나라면 만날 수 없었을, 혹은 애초 서로 관심이 없었을 사람들. 나는 그들의 근황과 인상, 이상한 점을 건너서 전해듣거나, 이따금은 어색하나마 유쾌한 식사자리에서 만나게 되기도 한다. 나는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엿보게 된다.

그녀는 아픈 데가 있을수도 있다.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을수도 있다. 특정한 부분에 콤플렉스가 있을수도 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있을수도 있다. 그건 내가 잘 모르는 형태의 고통이다. 그러나 그건 분명 심각한 방식으로 사람을 위협한다.

그녀의 믿음 속에서 삶이란 그냥 잠시 지속되었다가 사라지는 반딧불의 빛 같은 것일 수도, 혹은 신의 시험이자 선물일 수도 있다. 혹은 그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는것이 삶 자체라고, 그녀는 피로에 지쳐 있을 수도 있다.

요컨대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세상의 새로운 절반을 가져온다. 한 사람의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편협하기 때문에 세상의 아주 일부분 밖에는 볼수 없다. 인간은 두 가지 종교적 신념을 동시에 믿거나, 일곱 가지 장르의 음악에 동시에 매혹될 수 없는 것이다. 

친구와 동료도 세상의 다른 조각들을 건네주지만, 연인과 배우자가 가져오는건 온전한 세계의 반쪽. 에 가깝다. 그건 너무 커다랗고 완결되어 있어서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져오는 세상 때문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조금 덜 편협한 인간이 된다.

실연은 그래서 그 세상 하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연인이 사라진 마음의 풍경은 그래서 을씨년스럽지만 그래도 그 밀물이 남기고 거대한 빈공간에는 조개껍질 같은 흔적들이 남는다. 나는 혼자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가보기도 하고, 선댄스의 감독이 마침내 헐리웃에서 장편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것을 이따금 발견하고 주워 들여다보는 것은 다분히 실없지만, 아름다운 짓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그러한 실연이 없는 관계-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면 그 모든 절반의 세계는 점차 단단히 나의 세계로 스며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건 굉장히 이상하고 기묘한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세계의 리스트에는 그녀가 가져온 좋은것과 문제점 모두가 포함된다. 그건 혜택과 책임으로 복잡하게 얽힌 대차대조표라서 어차피 득실을 따지기가 어렵다.

세월이 감에 따라 그녀가 최초에 나에게 가져왔던 섬세한 풍경들의 윤곽, 디테일한 소품들은 생활이라는 것에 차차 -혹독히- 침식되겠지만, 그 기본적인 구성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여전히 나와 몹시 다르고, 다양해서- 이따금 경이로울 것이다.

한 사람이 오는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이라는 말을 웬 광고판에서 본 적이 있다. 왜 아침에 그 문구가 생각났을까. 아무튼 사람을, 연인을 곁에 두기로 하는 것은 그래서, 무척이나 거대한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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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apzl1.tistory.com BlogIcon 우렁군 2016.09.26 21:40 신고

    요즈음 거대한 결심을 5년만에 하게 되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참 생각나는것도 많고 배울점도 많게 되고... 뒤돌아보게 되네요

    • Favicon of http://kangdeutbo.com BlogIcon goho 2016.09.26 22:30 신고

      으...으으..여..연애를 하려는거에요?!??! 으으으으으......

    • Favicon of http://apzl1.tistory.com BlogIcon 우렁군 2016.09.27 07:27 신고

      오늘로써 딱 90일 째인데 공부가 연애보다 몇 배는 쉬운것 같아요! 많이 노력해야겠죵...ㅎ

  2. 2017.09.26 07:10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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