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든 베란다든 다이어리든 항상 뭔가를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가끔은 오늘처럼 이상한 결벽증이 생겨 뭔가 잘라내고 정리하려고 하는 게 문제다. 오늘은 괜히 가입했던 사이트나 카페를 찾아보고 하나 하나 탈퇴했다. 온갖 메신저 목록을 훑어 내려가며 석연찮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의식한다. 왠지 나 혼자 신경쓰는 게 손해 보는 기분이라 먼저 삭제하고는 하는데 이런 일렬의 과정을 다하고 나서는 괜한 공허함에 빠지곤 한다. 사실은 내가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친한 언니는 심리학적으로 내가 방어기제가 너무 심한 사람이라고 했다. 남한테 상처받기 전에 나름 주도적으로 내 선에서 정리하고 자존심 상할 일을 애초에 안 만들려 하는 그런 행위. 그런 건 다 이미 다 지나갔다고 생각하는데 개우고 개워내도 기분이 말끔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잘라내는 것을 정리라 착각하고 일부로 제몸에 상처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감성 터지는 건 싱글일 때는 오히려 새벽에만 터졌는데 문득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생각나는게 아직도 멀었지 싶다. 그래도 버텨야지. 새롭고 예쁜 것들로만 꾸미는 것보다는 기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 '무인양품'도 그렇게 뜨지 않았나, 필요없는 것은 버리고 중요한 것들은 좀 비싸도 좋은 것으로 마련하는 것. 하나하나씩 켜켜히 묵여놓은 감정을 닦아내고 버티다 보면 언젠간 부는 바람에 휘청거림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리라 믿어야지. 그렇게 오늘 하루도 '존버' 해야한다. 존~나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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