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가 개봉하자마자 남편과 보고 봤다. 영화 개봉을 기다려서 보는 편도 아니고 보통 기대하고 봐도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관을 나올 때 다행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주인공 일라이자는 말을 할 수 없다. 그녀가 왜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욕실에서의 자위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녀는 미 항공우주센터의 청소원으로 그녀 주변에 대화(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를 나눌 만한 사람들이라고는 가난하고 늙은 화가 자일스와 동료 청소부 젤다 뿐이다. 


 


고아원 출신의 벙어리 일라이자, 변변찮은 수입도 없는 동성애자 자일스, '흑인 여자'라는 그 자체로 차별을 당해야 하는 흑인 젤다. 어쩌면 <셰이프 오브 워터>의 인물들은 1960년대 미국에서 철저히, 아주 당연히 ‘루저’인 사람들이다. 이런 ‘당연함’의 특이점을 기예르모 감독은 관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상기시킨다. 흑인은 형편없는 파이를 파는 프랜차이즈 점에서도 앉아서 식사할 수 없는 장면, 남자라면 응당 여자 하나는 만족 시킬 손가락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대사를 통해 말이다. 영화 속 악역으로 그려지는 스트릭랜드의 잘린 손가락이 썩어 냄새가 진동하고 마침내 검게 변해가는 모습은 마치 당시의 일그러진 시대상을 지적하는 듯 하다. 각종 멸시와 차별이 만연한 환경에서 소외받는 자들이 모여 발휘하는 유대감은 눈물이 날 정도로 과분한 행복을 선사하지는 못하지만, 쉽게 무너트릴 수 없는 단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말을 하지 못하는 인간 일라이자가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던 유일한 존재가 괴생명체라는 점은 어쩐지 서글프면서도 환상적인 일이다. 인간은 무엇으로 위로 받으며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사랑의 진정한 형태는 어떤 색과 어떤 모양을 지녔을까 영화는 끊임 없이 묻는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괴생물체와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몽환적인 로맨틱 스토리라고 설명하기보다, 민낯의 나체라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순수한 사랑의 완성, 그로부터 오는 위로를 보여주는 영화라 평하고 싶다. 종로3가 피카디리에서 영화를 보고 나와 가볍게 술 한잔 할 겸 펍을 들렸다. 펍에는 남자 손님 밖에 없어 의아했는데 아! 이 골목길이 그 유명한 '그' 골목길이더라. 마침 이런 영화를 본 날! 보수적이고 꼰대스러운 내가 잠시나마 사랑의 다양성을 무한히 관대해질 수 있던 하루였다. 

 

뱀다리1. 영화 제목에서 '사랑의 모양'이라 덧붙인 건 좀 구린 듯.  
뱀다리2. 굳이 <판의 미로>를 어른들을 위한 비극적 환상 동화라 칭한다면, 이 영화는 어른들을 위한 로맨스 환상 동화 정도 되겠다. 
뱀다리3. 얼마전에 주성치의 <미인어>를 봤었는데 인어 퀄리티 차리 너무 대조되버리는 거. 기예르모의 크리처들 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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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imstreasure.tistory.com BlogIcon Zoom-in 2018.02.25 23:17 신고

    최근 개봉한 영화네요.
    어른들을 위한 환상동화 같은 영화라는 평이 영화를 궁금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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