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남편과 <코코>를 봤다. 일 년에 영화관 가서 영화 보는 횟수가 손에 꼽는데 2018년의 목표 중 하나인 '문화비 지출을 늘리자' 캠페인 실천과 이동진 평론가의 한줄평에 힘입어 바로 예매했다. 

이 쪼꼬맹이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미겔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미겔은 멕시코 전설의 가수 델라 크루즈를 동경하며 세계적인 기타 뮤지션이 되기를 꿈꾸는 평범한 소년이다. 음악을 하겠다며 돌연 가족을 등지고 떠나버린 고조 할아버지 때문에 미겔의 가문은 대대로 음악을 금지했고, 가족들은 미겔이 그들과 같이 신발 공장의 가업을 잇기를 원한다. 어느 날 밤,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미겔은 그만 '죽은자들의 세계'로 가게 되고, 이승으로 다시 되돌아오려는 미겔의 여정이 바로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다.


여기 최소 하나무라 ㅇㅈ?

   영화 속에서 픽사가 그리는 저승은 어둡고 음산한 기존의 '저승' 컨셉에서 탈피해 흡사 라스베이거스를 연상케할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답다. 이런 다채로운 색감으로 저승을 그린 건 아마도 죽음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멕시코 사람들의 시선을 반영한 듯 하다. 사진이 있어야만 죽어서도 살아있을 수 있다는 컨셉이나, 영혼의 인도자 '알레브리헤'의 존재 역시 타코 외에는 '멕알못'인 나로서는 멕시코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소개받은 것 같아 흥미로웠음. 픽사 특유의 과하지 않은 위트도 훌륭. 

미겔 외에 누군지 1도 기억 안남 

아쉬운 점은 음악으로 대표되는 '꿈'과 가업 잇기라는 '현실'과의 갈등 대립구조가 딱히 대립되지 않아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어디로 얘기가 흘러가는건가 하고 영화 후반부까지 쓸려 왔는데 '가족의 비밀'이라는 감동치트키를 얹칠 때쯤 되니 좀 맥이 빠져버렸달까. 중후반쯤에는 애들이 보기에는 지루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 보여주러갔다가 어른이 울고 나온다'는 캐치프레이즈 만드려고 작정을 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  

마마 코코 ㅠㅠ

   허나 여타 아쉬운 부분을 차치하고 <코코>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OST인 "Remember Me"에 있다. 왜, 멜로디도 예쁘고 들으면 너무 행복하지만 그래서 더 눈물이 날 것 같게 하는, 말로는 서술하기 어려운 그런 감정을 자아 내는 노래. (개인적으로는 '옥수사진관' 노래를 들을 때 그렇다.) 내가 떠나야 해도 나를 기억해달라는 가사의 이 노래를 미겔과 마마 코코가 부르는 장면은 줄곧 팔짱 끼고 영상미, 시나리오 운운하며 고고한 평가를 내리던 그 어떤 사람(나야 나 나야 나)이라도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게 만든다. 

<코코>가 죽음을 소재로 함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희망적인 에너지를 주는 이유는 아마도 영화가 OST와 그 유사성을 갖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영문을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애들 보여 주러 갔다가 어른들이 울고 나오는 이유도 죽음 앞에서는 어쩌면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더 무서워해서이기도 하고. <코코>는 그런 무서움에 떠는 어른들에게 위안을 주는 영화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혹은 나를 기억해줬으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로부터 오는 위안과 미처 챙겨주지 못했던 것에서 오는 미안함. '지금부터라도 더 잘해줘야지' 다짐할 사람이 지금 내 옆에 있다는 것에 오는 안도감. 아마도 이런 복잡한 감정들이 섞여서 영문 모르게 눈물이 나오는 거 아닐까.




초반 20분 정도 나오는 <겨울왕국>을 볼 때는 <시계태엽 오렌지>의 알렉스가 된 기분이었음. 걍 강제로 닥치고 눈뜨고 봐야됨. 오빠는 잘못 예매했나 그 어두운 곳에서 핸드폰으로 몇번을 확인했다. 영화관 말고 2년 후 어린이날때 채널 CGV에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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