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사로운 일상이나 생각에 대해서 써 본지가 까마득해 블로그에 대한 마지막 애정을 담아 노오력해서 글을 써 본다. 참 신기하고 재미난 일이다. 예전엔 하고 싶은 말도 참 많아 이것저것 적고 말하길 좋아했는데 요즘은 나 스스로도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지 잘 모르겠다. '생각 없이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큰언니의 명언이 사무치게 와 닿는 요즘이다.

근래 있었던 일 중 가장 쇼킹한 일은 내가 결혼을 했다는 것이다. 고작 브라질리언 왁싱이나 아이브로우 시술 정도 받은 듯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나조차도 상상해본 적 없는 일이 내 인생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리라. 어렸을 적에는 결혼식 끝나면 절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하루종일 술 마시는 그런 피로연을 하리라! 하는 로망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결혼을 준비하다보니 그런 '미쿡식' 결혼식을 치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음.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는 기본적인 것만 준비했던 우리 결혼식도 겨우 준비했을 정도로 나란 사람이 게으르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생각보다 나의 인간관계가 그다지 넓지 않아 초대할 친구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며, 세번째는 이직한지 얼마되지 않아 시간적/감정적 여유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두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느낀 바가 많아 할 말이 많은데 확실히 경조사 후에는 인간관계가 정리된다라는 여러 사람들의 말에 공감하게 됐다. 나라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인간관계에 엄청나게 집착하고 있었던 사람이었음을 느꼈는데 그 반증으로 지난 내 블로그 글의 많은 글들이 인간관계로부터 오는 회의감과 관련된 것만 봐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상처 받기 싫은 방어기제로 '내 사람만 챙기면 돼!'라는 고고한 마인드를 유지하며 살아왔건만, 내가 내 사람이라 생각하던 사람에게는 내가 '그' 또는 '그녀'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음에서 오는 상처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거다. 

결혼식 축의금 때문에 부르는 것도 아닌데 왠지 눈치보이고, 청첩장을 주기도 안 주기도 뭐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누구에게 청첩장을 주어야 하나 몇일을 고민하다가 '이름을 떠올렸을 때 머뭇거리게 되는 사람'은 제외하자 라는 기준으로 이름을 적었다. 다 적고 보니 고작 20명 내외의 사람들이 남더라. 사실 처음 몇일은 애매한 몇몇 사람들에게 모바일 청첩장을 돌리기도 했는데 카톡창 넘어 감도는 서로가 석연찮은 어색함을 견디기 어려워 그마저 관뒀다. 

개중에는 10년 넘게 벗으로 지낸 친구, 하루가 멀다하고 만난 술친구 등 꽤 친하다 생각했던 이들도 많았다. 함께 한 시간에 비해 보잘 것 없는 결말이지만 그 친구들을 알런지 모르겠다. 내가 그들과 관계를 끊기로 마음 먹은 이유는 내 결혼을 축하해주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걸. 지난 몇년간 그 사람들이 내게 몇년간 안부 한 번 먼저 물어본 적 없었다는 걸 그저 내가 문득 깨달아서라는 걸. 뭐 어쩌랴, 내가 아쉬움을 느낀 것만큼 나도 모르게 나로하여금 서운함을 느낀 사람들이 왕왕 있을 수 있겠지. 

결혼식 전후로 그렇게 나는 특정/불특정 이유로 관계를 끊었거나 끊겼다. 결혼식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축하해줬고 나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행복해지려면 어쩌면 하루하루 즐겁고 재미난 것들로만 가득 채우려 하는 것보다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들과 멀어지고 불안하게 하는 것을 없애는 편이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 후의 일상은 더 소박해지고 조용해진 느낌이라 좋다. 누군가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는 것, 새로 구매한 청소기의 엄청난 흡입력에 감격하는 것, 어스름한 저녁에 켜진 스탠드 밑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도 소소하지만 편안한 일상의 행복이다. 사람들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게 결혼이라 말하곤 하니 나도 이참에 결혼을 핑계를 삼아 나 자신이 건강해지는 삶을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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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08 16:24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kangdeutbo.com BlogIcon goho 2018.01.18 11:07 신고

      1. 감사합니다. 2. 역시 감사드립니다. 3. 나이가 들수록 맷집이 세지긴커녕 상처받고 싶지않아 발악하게 되는 듯 해요. 정신승리를 해서라도 말이죠. 돌아보면 많이 힘들었지만 맷집은 세진 기분이 듭니다. 4. 저도 우렁군 님 블로그 글 즐겨 봅니다. 꼭 좋은 글 계속 써주세요! 늦었지만 2018년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압!

  2. 2018.01.02 21:24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kangdeutbo.com BlogIcon goho 2018.01.18 11:15 신고

      감사감사감사! 저도 이런 큰 일이 이렇게 삽시간에 일어날 지 몰랐네요...역시 인생은 알 수가 없는 법이에요. (절레절레) 염려글을 남기긴 했지만 곧 괜찮아지실거라 믿어요. 되돌아보니 결혼식을 정말 제 행사가 아니더군요. 가족들만 아니면 섹스앤더시티 무비의 캐리처럼 시청에 가서 둘이 오붓하게 하고 싶어요. 꼭 스탭님은 스탭님만큼 멋진 결혼을 하시길 ㅎㅎㅎㅎㅎ (초대장 보내드릴 수 있게 메일 주소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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